Buch
시간여행자의 아내
ICHTHUS
2013. 4. 29. 10:02
두주쯤 걸렸나?
매일 조금씩 읽었다.
신선한 시간여행 소설이다. (제목은 SF스러운데, SF적인 요소는 정말 하나도 안나온다.)
근데 이건 시간여행이 큰 틀이고, 중요한 도구지만, 시간여행은 정말 이야기를 끌어가는 도구일 뿐이고, 중심에는 두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여자와 남자의 관점에서 기술되는 얘기가 번갈아가면서 나오는 독특한 구성에, 여자의 시간축에 순서 없이 끼어드는 남자의 시간이 무척 혼란스럽다가 책장을 넘겨가면서 차차 적응이 된다.
일생의 시간속에서 잠시 남자의 공간을 공유하지만, 대부분은 다른 공간에서 잠시 시간을 공유하면서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와, 통제하지 못하는 시간여행(엄밀히 말하면 "시/공간 이동")을 통해 과거와 미래의 다른 공간을 다녀오는 남자.
SF가 항상 피해가려고 하는, 시간여행에 따른 인과율 문제를, 소설에서는 그냥 무시해버리고,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과거로 돌아가서 미래를 바꾸려 해도 소용없고, 그러기에 다른 시간여행 소설들이 종종 다루는 "미래를 바꾸려는 노력"은 이 소설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사건들이 이 소설의 중요한 도구로 작용하기도 한다.
여자는... 일생동안 예측할 수 없는 남자의 등장을 기다리고, 기대하면서 살고...
남자는... 한정된 자신의 시간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살아간다.
마지막 챕터도 무척 인상적이다.
@ 작가가 여자라서 그런지 여자의 성에 대해 좀 자유로운 시각이 느껴진다. (일단 서양 애들이 좀 자유롭긴 하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