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ine Geschichte

현대 문명은 기억될 것인가?

ICHTHUS 2008. 12. 22. 10:29
종이 위의 펜 움직임을 인식해서 그림파일 형태로 저장하는 장치를 직장에서 나눠줬다. (이게 왜 필요할까 싶다만...)
책상에서만 일하는 직업인지라, 메모는 Palm desktop에다 하고, 잠깐 쓸거면 제일 작은 post-it에 써서 모니터 프레임에 붙여놓는데, 종이에 쓴 걸 그림파일로 옮길 일은 없을 거 같다. 난 이녀석보단, 번들로 따라온 문자 인식 software가 더 땡긴다.

5천년도 더 된 수메르나 이집트 문명은 우리에게 점토판/돌에 새긴 기록물을 남겨줬다. 우리가 그시대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당시 사람들의 삶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건 문자가 가진 위대한 힘일텐데... 기술이 발달되면서 그 문자를 기록하는 매체(media)도 점점 대용량/고집적화했다. 돌에 새기다가, 점도판을 긁어서 말리다가, 파피루스에, 양피지에, 종이까지... 매체와 기록방법이 종이/펜에서 정체되어 있다가, 인쇄술이 나오면서 바야흐로 기록물이 넘쳐나게 되고, 70년대 후반, computer의 등장과 함께 quantum jump.
문제는... 이 jump 후와 jump 이전에 정말 넘사벽이 존재한다는 거다. 바로, recorder와 reader.
점토판이나 돌판은 시각/촉각에 의한 reading이 가능하지만, 펜이 사용되고 inscribing의 시대가 끝나면서 촉각에 의한 reading이 불가능해지고, 시각에 의해서만 가능해졌는데, 이제는 매체와 감각기관 사이에 reader(decorder)가 필요해졌으니...
또, 점토판이나 돌 이후의 매체의 특징은, 보관성이 아주 안좋단 거다. 종이만 해도 썪고, 부서지고, 금속이나 플라스틱을 사용한 디스크는 부식된다. 게다가 computer에 기록된 매체의 non-linearity란, 전체중 극히 작은 부분의 손상이 전체의 손실을 가져오게 되니... 돌판과의 대비가 극명해진다.

어떤 이유에서든 현대 문명이 붕괴한 후, 누군가--인류든, 외계인이든, 어떤 지적존재든-- 방대한 현대 문명의 기록물--이게 남아있을 수 있다면--을 구하게 된다면, 그들은 우리가 수메르인들을 기억하듯 우리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인가...